박영준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수
최근 비즈니스 위크지는 미국 경기의 하강 요인으로 과거 10년 간, 기술혁신이 상품화로 성공하지 못했거나 지연된 것을 들고 있다. 1990년대 말, 세계 시장을 바꿀 것이라던 신기술들, 즉 암 정복기술, 신약개발기술, 멤즈기술(MEMS, 초소형 기계전자기술), 유전자 치료, 수소자동차, 인공위성을 통한 인터넷기술, 음성인식기술, 인체조직 제조기술들이 초기 예측과는 다르게 상품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미국의 경쟁력을 잃게 한 이유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때 회자되었던 비판, 즉 "너무 빠르게 핵심 제조업을 외국으로 보냈다"는 발언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물론 신기술의 성공을 10년 내의 시장 진입여부의 잣대로만 잴 수 있는가는 의문이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제조업의 강점을 쉽게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어느 나라가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셀 폰, 디스플레이, 가전, 건설산업을 현재 한국과 같은 정도로 구축하려면, 수 십 조 원을 연구개발에 10년 간 쏟아 부어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의 성장동력 확보 방향은 확실하다. 국가의 R&D 투자의 상당부분(예를 들면 7:3)을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원천과학기술 확보에, 그리고 3을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을 `창조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그린성장에 있어서도, 상기 제조업의 그린화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성공을 위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원천과학 기술 기지 구축을 제안한다. 집단연구, 융합연구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 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의 IP화, 연구를 통한 인재의 대단위 양성, 기술의 산업체에의 이전, 그리고 외국과의 공동연구를 위한 센터가 필요하다. 원천과학 기술의 기지로 가장 확실한 곳이 대학이다. 그동안 한국의 대학은 기업이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미래 원천기술 공급기지로 한국의 대학들은 독특한 몇 가지 성공요인을 가지고 있다. 먼저 우수인재가 대학에 몰려있어 활기찬 연구개발 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경쟁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신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논문수, 임팩트 팩터, 그리고 인용지수 등 연구력 지표가 IT 발전에 의해서 쉽게 노출되고 표준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는 목하 연구중심대학의 원천기술 확보 경쟁을 하는 듯이 보인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대단위 `원천과학기술 센터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원천과학기술 확보를 위해서 국가과제의 목표를 세계 최고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연구과제 제안(RFP)과 제안서 접수, 그리고 선정 및 성과 평가에 있어서, 톱다운 방식의 연구 목표를 성취하도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산업체나 공공 기관이 매력있게 느끼는 원천기술은 세계 최고수준 이상의 목표치를 달성하는데서 얻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각 분야마다 시간대별로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계속 수정해 나가는 능력의 확립, 즉 연구개발 기획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동작전압이 0.3V 이하이며 속도는 100GHz 이상인 전자소자, 에너지 효율이 30%이상인 유기 태양전지 물질, 혹은 버려지는 태양열을 10% 이상 이용할 수 있는 건축자재 개발, 신약개발 첫 단계인 물질 발견을 1년에서 1달로 단축하는 방법 등을 몇 년 이내에 성취하는 것이 목표 지표의 몇 가지 예가 될 것이다.
셋째, 새로운 산업과 기술 `창조를 위한 버텀업 방식에 있어서도, 항상 기존 제조업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버텀업 방식이 효율적으로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고객인 산업체와의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와 `나노 물질에 바탕한 배터리 `안전 제어 연구자와의 연계, 반도체 LED 물질 연구자와 조명업체, 건설 디자인업체와의 연계, 조선, 건축 업체와 나노 컴퍼지트 물질 개발자와의 연계구조 등이 버텀업 연구자들의 연구방향을 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 제시한 몇 가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국가의 성장 동력확보로 전환하는 데 촉진제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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